[박근종 칼럼] 유가 110달러·환율 1,500원·물가 1.1%P, 실물 경제 ‘복합 쇼크’ 전방위 대책을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3-14 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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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촉발(觸發)된 중동전쟁이 확전일로(擴戰一路)로 격화(激化)하면서 장기화(長期化) 우려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동시에 뒤흔드는 ‘복합 쇼크’로 번지고 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호언장담(豪言壯談)과 달리 전쟁이 열흘이 넘게 지속되면서 교착상태(交錯狀態)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글로벌 경제는 거센 충격파(衝擊波)가 일고 있다.

이러한 여파로 코스피는 지난 3월 9일 장(場) 중 한때 8% 넘게 폭락하며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s │ 주식매매 일시 중단)’가 발동했다. 급기야는 5,100선이 무너지는 급락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에 근접했다. 국제유가도 서부텍사스유(WTI)가 장중 25% 가까이 치솟았고,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 선을 뚫고 장 중 한 때 110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경제가 중동발(發) ‘4차 오일 쇼크’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한국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이 뉴스 한 줄에 요동치는 ‘초(超)불확실성’의 롤러코스터(Rollercoaster)에 올라탄 양상이다. 이란 최고지도자로 강경파 ‘모즈타바 하메네이(Mojtaba Khamenei)’가 선출됐다는 소식에 브렌트유(Brent Crude Oil) 가격은 지난 3월 9일(현지 시각) 장중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전략 비축유 방출을 시사하자 곤두박질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전쟁은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고 언급하자 단숨에 87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지정학적 변수에 시장이 극단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과 이란은 전력(戰力) 비대칭에도 불구하고 강(强) 대 강(强)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셰일 혁명(Shale Revolution)'으로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으로 거듭난 덕분에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뉴욕증시는 하락했지만, S&P500 에너지 지수는 올해 들어 26%나 상승했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유가 200달러를 감당해 보라”고 한다. ‘호르무즈해협(Strait of Hormuz)’ 봉쇄에 이어 주변국 에너지 시설까지 공격하는 물귀신 작전을 펼친다. 그 유탄에 한국·일본·대만 경제가 새우 등 터지는 처지다. 그야말로 미사일은 중동에만 떨어진 게 아니라 원유의 70% 이상, 천연가스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도 날아들었다.

이렇듯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충격이 실물경제로 번지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물가 상승 우려에 국고채 금리는 뛰고, 증시는 공황에 빠져들었다. 항공사는 연간 1조 원대 추가 비용을,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Naphtha) 재고가 바닥나는 한 달 뒤부터 공장 가동 중단을 우려한다. 반도체·철강·디스플레이 업종은 전기요금 인상도 복병(伏兵)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 100달러 지속 시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1.1%포인트 오르며, 경상수지는 260억 달러 악화(惡化)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3일 발표한 ‘오일 쇼크 발 스크루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라는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격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 여파로 원유시장의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는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상승 압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조건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은 최소 0.3%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수입 급증에 따라 26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유가와 물가, 환율, 금리가 동시에 치솟으면서 빚어질 ‘경기 침체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Stagnation + Inflation)’가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면서 소비 여력은 줄어들며 서민 경제를 쥐어짜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 │ Screw + Inflation)’의 압력이 동시에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는 한국은 경제 활동에 소비되는 원유량이 주요 경쟁국 대비 압도적으로 많아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024년 기준 한국의 경제 원유의존도(GDP 1만 달러당 원유소비량)는 5.63배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지만, 원유소비량은 세계 7위에 달하는 다소비 구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수개월 이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연평균 유가 배럴당 100달러 내외)’가 현실화하면 2026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하회(下廻)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태가 악화해 미국이나 연합군 지상군이 투입되는 ‘오일 쇼크 시나리오(연평균 유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에 직면하면 충격은 파멸적이다. 경제성장률은 무려 0.8%포인트 추락하고, 소비자물가는 2.9%포인트 급등할 것으로 예측됐다. 경상수지 감소액은 767억 달러에 달한다. 보고서는 “물가 급등으로 서민 경제가 타격을 입는 ‘스크루플레이션’이 내수 침체를 부를 것”이라며 "해외 시장 수요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특성상 수출마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꺾일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한국은 중동 정세를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로 간주해 왔다. 정부는 지난 3월 9일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도 유류세 인하 확대와 석유류 최고가격제 신속 시행 등 내부 방어벽을 쌓는 데 치중했다. 그러나 세계 7위의 원유 소비국인 한국은 더 이상 ‘새우’가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보유한 전략 비축유 12억 배럴 가운데 13%에 해당하는 1억 5,700만 배럴을 보유한 핵심 국가이다. IEA가 창설 이후 50년 동안 단 다섯 차례만 단행했던 비축유(備蓄油) 방출(放出)까지 검토할 정도로 상황은 엄중(嚴重)하다. 이젠 한국도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 강력한 ‘전략 자산’인 비축유를 외교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로 활용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IEA와 비축유 방출의 시기와 규모를 조율하는 등 국제 원유 수급 조절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글로벌 연대 강화를 통해 국익을 지켜내고 에너지 안보도 도모해야 할 때란 인식 전환이다.

급기야 정부는 30년 만에 ‘석유 가격상한제’를 과감히 부활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중동 상황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물가 안정”이라며 “민생 현장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기 위한 정책을 적극 발굴하고 신속하게 집행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도’의 신속한 도입·시행과 유류비 직접 지원 등을 지시하며 조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필요성도 언급했다. 중동발(發) 경제 충격과 관련해 “석유 최고가격제 집행, 에너지 세제 조정 등 추가 금융·재정지원을 속도감 있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어차피 조기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라고도 했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반기고 환영할 조치이지만 시행과정에서 성급하거나 무리한 조치는 금물(禁物)이다.

정부는 이번 주 국제유가 시세에 ‘마진(Margin │ 차액)’을 더한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고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단번에 고유가 고통을 더는 고강도 극약(劇藥)처방이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우려가 된다. 국제유가 급등에도 판매가격이 묶이면 그 손실은 정유사와 주유소가 떠안게 된다. 팔수록 손해가 나게 되니 생산·판매 기피로 ‘공급 절벽’ 현상이 벌어질 게 불을 보듯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심지어는 암거래 시장까지 생겨나 심각한 시장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제도 취지와는 달리 석유제품 소비를 부추길 수도 있다. 1997년 유가 전면 자유화 이후 30년 가깝게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어 보인다. 물론 이에 대한 대책도 당연히 수반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서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100조 원 규모로 마련돼 있는 시장 안정 프로그램 확대 등을 논의했다. 무엇보다 외부 충격에 큰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과 운송·물류 업종 등 직접 타격을 받는 부문에 선별적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대체 공급선(供給線) 신속 발굴 등 구조적 대응에도 소홀함 없이 서둘러야 한다. 전쟁의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하고 선제적으로 총력 대응해야만 한다.

차제에 정부는 선제 대응으로 한국 경제가 대외 리스크(Risk)로 인한 충격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견고한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과리고 ‘밸류에이션(Valuation │ 평가 가치)’을 보유하고 유연하게 극복할 역량이 있음을 입증해야만 한다. 우선 에너지 수급 안정이 급선무(急先務)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이 동시에 비축유 방출을 통해 원유 가격을 안정시키는 외교적 노력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미주·서아프리카·호주산 액화천연가스(LNG) 긴급 계약도 서둘러 추진해야만 한다. 금융시장 안정화에도 한치의 소홀함이나 조금의 빈틈도 결단코 없어야만 한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환율 1,500원도 확실히 지키기 위한 정부와 한국은행의 긴밀한 정책 공조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서민층을 직격(直擊)하는 물가 충격을 완화(緩和)하기 위한 ‘핀셋(Pincette) 대책’도 절실(切實)하고 긴요(緊要)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부담이 서민들에게 가장 먼저, 또 가장 크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세심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극히 맞는 방향으로 중요한 관건은 속도에 있다. 정부는 고유가 영향 최소화 대책을 마련해 즉각 시행하고, 경제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 기업과 가계도 이럴 때일수록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체 의식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처럼 “위기는 서민에게 더 큰 어려움을 주는 법”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위기를 한국 경제의 구조 전환의 획기적인 전기(轉機)로 삼아야만 한다.

에너지 자급률이 19%에 불과한 현실에서 고유가와 고환율은 결국 고물가·저성장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었을 때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5.1% 급등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로 전망했는데, 이는 브렌트유 가격 64달러를 전제로 한 것이다. 씨티은행은 브렌트유 가격이 50달러 급등하면 한국 성장률이 1.07%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 2%보다 한참 낮은 1%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조기 종결되면 최선이겠지만, 중동 정세는 한국이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에너지 수급 안정과 물가 관리, 외환시장 안정, 취약 산업과 계층 지원 등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내부 방어벽을 높이고 안정 방파제를 높이는 것뿐이다.

특히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대로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비상한 각오로 선제적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과 침체 속에 간신히 살려낸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려선 결단코 안 된다. 중동 전쟁 장기화를 기본 시나리오로 두고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 상황별 비상 대응계획)’을 다양하게 즉각 가동해야 할 것이다. 범정부 차원의 비상 대응 체제를 근간으로 에너지 수급, 금융시장 안정, 물가 관리 등에도 만전(萬全)을 기하고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등 과감한 선제 조치를 조속히 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수출 기업에 대해 금융·세제 등을 촘촘히 지원하는 등 실물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총력 동원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우리 경제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및 신규 대형 원전 건설 등 원전 생태계 복원과 중동에 편중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에너지수입처 다변화도 서둘러야만 한다. 정부는 현 상황을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청와대가 직접 경제 상황 전반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통제·관리하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로 작동하는‘경제 워룸(War Room │ 전쟁 시 군 통수권자와 핵심 참모들이 모여 상황을 파악하고 작전을 협의하는 곳)’을 설치하여 다각적이고 다층적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즉각 가동할 것은 물론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문 총력 대응 체제를 갖춰 발 빠른 유연한 선제 대응에 적극적·공격적으로 서둘러 나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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